슈퍼 디바 감상. 존나좋군?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처음엔 케이블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공중파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황금 시간에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타겟은 누구인가? 나는 가수다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10~20대를 주요 시청자로 잡고 있다. 목표 시청자를 그렇게 잡으면, 오디션에 참가하는 도전자의 나이도 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장년층, 더 나아가 노년층 도전자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기억에서 그런 도전자들은 그저 "웃기는 도전자" 나 "특이한 도전자" 정도로 취급된 것 같다. 근 3년 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거의 다 그랬다. 비슷한 나이인 나도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을 별 생각 없이 본 것 같다. 젊은 사람 나오는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슈퍼 디바는 다르다. "디바"라는 제목에 여성 도전자만을 위한 프로인 줄 알았다. 디바는 노래를 잘 부르는 빼어난 여자 가수에게 선사하는 칭호 아니던가. 그러나 슈퍼 디바에 나오는 도전자들은 그동안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바로, 주부다.



생각해 보면, 주부는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주부다. 나도 사는 곳이 신도시라 주말이나 학교 갈 때 가장 쉽게 마주치는 사람이 주부다. 하지만 주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라 멋지게 노래를 부르고 퍼포먼스를 과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입견은 바꾸기 힘든 법이다. 우리는 주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억척스럽고, 때로는 아예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아줌마'는 제 3 의 성이라는 소리도 들어 봤다) 

하지만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분들도 인생에서 빛나는 20대 시절을 보냈다는 거 말이다. 일상과 생활에 치여 그런 화려한 시절을 기억할 시간이 없는 것일 뿐이다. 슈퍼 디바는 그런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모두 다 빛나는 과거와 나름 찬란한 20대를 보낸 도전자들이었다. 탤런트의 아내, 강변가요제 동상 수상자 등등...


 젊은이들이 많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더 구구절절한 사연도 많았다. 아이를 가진 채 도전하는 주부도 있었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도전자는 허금순 씨였다. 이것저것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없냐만, 그는 새터민 주부였다. 2009년에 탈북한 허금순 씨는 중국으로 목숨을 걸고 도망친 뒤 지금은 중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살고 있다. 허금순 씨가 부르는 "찔레꽃"은 그 특유의 억양과 가사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깊이가 달랐다. 



비록 짧은 클립 영상이지만 그녀의 사연과 노래를 잠깐이나마 들어볼 수 있다. 


어차피 방송이 다 편집과 연출인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허금순 씨는 그 사연이 독특하기 때문에 노래에서 다른 젊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 보였다. 진실로 자기가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었다. 비록 허금순 씨가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나는 그 덕에 슈퍼 디바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뭔가 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사실 나는 젊은이가 주로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사연을 들어도 크게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내가 그들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들이 나보다 어린데도 말이다. 이전의 "슈스케" 등에서 우승한 도전자들이 곧 가수나 연예인으로 크게 성공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 "될놈은 된다"가 그들에게는 어울렸다. 하지만 슈퍼 디바의 도전자들의 사연은 그런 "젊은 도전자"들과는 달랐다. 하다 못해 공감은 못해도 최소한 인간적인 동정심은 느낄 수 있는 사연들이었다.


이런 독특한 차별점 때문에 나는 슈퍼 디바를 계속 보고 있다. 정말 젊은 도전자들 못지 않은 쟁쟁한 도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40여일에 달하는 합숙 때문에 실력과 끼가 모두 충분한 데도 어쩔 수 없이 도전을 포기한 사람들이 안타 까웠다. 최고의 하모니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하차한 팀도 있었고, 자신의 생업 때문에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경쟁은 계속된다. 지난 8강엔 최종적으로 도은영, 신경희, 김민영, 이지은이 뽑혔다. 방송이 진행되면 진행 될 수록 점점 변신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사실 내가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일종의 직업병 같은게 생겨서 방송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꼭 "아 저 프로그램은 어느 타겟을 노리고 만들었나?" "저건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까?" "어휴 지겨워"(이건 대다수의 한드 한정) 등등의 생각을 하며 본다. 근데 슈퍼 디바는 노리는 목표가 명확했다. 주부가 도전자이니 당연히 주부가 목표였다. 하지만 나 같이 크게 인연이 없는 사람도 보게 만드는 마술이 있었다. 그건 도전자들의 변화였다. 처음엔 그저 평범하고 약간 촌스럽기까지 했던 도전자들이 이 방송에 참여하면 참여할 수록 점점 변화한다. 위의 동영상은 이번에 4강에 진출한 김민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다.



그리고 이건 2회에서 오디션을 볼 떄의 김민영이다. 정말 "가다듬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녀는 객원래퍼로 활동했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이미 갖추었다. 하지만 이 방송을 통해 더욱 완성된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점점 결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결국 아까 말한 "될놈은 된다"가 도전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뭐 결국 옥석에서 진짜 진주를 가려내는 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목표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쉽다. 떨어진 사람들이 대한 미련을 내가 너무 크게 갖고 있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슈퍼 디바의 문제가 아니라 엠넷의 문제이기도 한데, 잊혀질만 하면 방송 사고를 낸다. 뉴스에선 축소해서 다룬 것 같지만 의도하지 않은 방송 사고라 해도 도전자의 코멘트가 사라진 건 큰 방송 사고다. 보이스 코리아 홍보? 라고 장난스럽게 다루는 뉴스들은 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슈퍼 디바를 볼 것이다. 그 끝에 누가 마지막으로 설지 궁금하기도 하고, 슈퍼 디바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새로이 시도하는 도전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덧글

  • 원더우맨 2012/05/23 05:30 # 삭제 답글

    김민영 관련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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