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본 보이스 코리아. 그리고 정승원과 정나현. 존나좋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기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슈스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슈퍼스타 K 시즌 1은 그 당시 내 상황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왜냐하면 슈스케가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군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는지정된 수면 시간 이후 공부를 더 하게 해주는 연등이란 제도가 있었다. 공식적으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연등이란 말은 취침 시간 이후 TV 시청에도 적용되었다. “TV 연등이라고 다들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슈스케 시즌 1이 진행되는 동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평소 TV 연등에 시큰둥하던 내 다른 선임들도 그날 당직 사관에게 달라 붙어 어떻게든 시청권을 따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짬밥에 조금 여유가 있던 나는 슈스케 시즌 1을 군대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재방송이 아니라 본방으로! 편집과 연출, 그리고 전국에서 옥석을 가려낸다는 스토리 덕에 1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콘텐츠도 훌륭했다. (30초 뒤에 계속됩니다! 는 어두캄캄한 생활관의 병사들의 탄식과 욕설을 내기에 충분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나중에 슈스케의 시청률을 찾아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무리 금요일 밤이라고 해도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5%를 찍었던 것이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군인들도 찾아 볼 프로그램이니 당연한 시청률이었던 것 같다. 젊은 간부들과 슈스케에 대해 심심찮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그러나 전역한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TV를 평소에 잘 보지 않는 데다 가끔 도전자에게 심한평가를 내리기도 하는 심사위원들에 대한 반감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집에 일찍 온 금요일밤에 보이스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 그렇지 뭐, 하다가 독특한 시스템이 신기해서 채널을 고정했다. 심사위원들도 다쟁쟁했지만, 무엇보다 도전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듣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었다. 





신선할 뿐만 아니라 나름 심사위원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을 줄여보려는 고민이 반영된 듯 했다. 또한 슈스케나 기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실력이 있는 도전자를 외모 때문에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같았다. 여하튼, 굉장히 흥미로웠다. 여러 도전자의 노래 실력과 목소리에 감탄하고 있을 때, 한 도전자가 내 관심을 사로 잡았다.





 임재범의 노래는 정말 웬만해선 소화하기 힘들다. 임재범과 같은 스타일로 부르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 자기 식으로 소화해서 부른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난 노래는 정말 못하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승원이 부르는 동안 나는 이 노래가 임재범의 노래란 걸 잠시 잊을 정도였다. 백지영이 괜히 임재범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소리를 한 게 아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승원이 보이스 코리아에 나오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꽤 인상 깊었다. 정승원은 노래의 자세한 역사에는 문외한인 나도 이름은 알고 있는 퀸시 존스가 감탄했다는 실력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그 뒤의 사연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퀸시 존스의 정승원"이 아니라 "정승원 자신"으로 다시 서고 싶다는 그의 말에 또 공감했다. 


다만, 여기서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바라는 도전자는 자기와 같이 완전 무명에 심사위원이 조금 무시하기까지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정승원은 퀸시 존스에게 인정도 받고 앨범도 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거리감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성공 직전에서 다시 무명으로 돌아간 인생 곡절을 겪은 사람 아닌가. 나름 호소력 있고 또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금요일에도 정승원은 잘 했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손가락 제스쳐가 좀 공격적이지 않냐는 댓글이 있었다. 근데 그가 부른 노래나 곡조를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다. 아, 이건 순 여담이지만 남자가 봐도 안경 쓴 모습이 더 낫다. 좀 더 유해보인다고 해야 하나.




정승원과 또 주목하고 있는 도전자, 정나현. 정나현은 음색이 진짜 노래마다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것도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그 곡에 너무 잘 맞게 변한다. 변신할때마다 자유롭다. 뭐 이 정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그 정도 실력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근데...





유튜브에서 어렵잖게 찾을 수 있는 그녀의 도전 동영상. 이걸 들은 다음에 



이 영상을 보시라. 이 정도면 그냥 '변신'이 아니라 그냥 고수가 허공답보로 산 올라가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하는 거다. 내가 아무리 노래에 문외한이라도 억지로 노래에 음색과 목소리를 끼워 맞추는 것과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적응하는 정도의 차이는 구별할 수 있다. 사람이 감이란게 있지 않는가? 그런 변신을 뒷받침하는 힘이 넘치고 듣는 이의 기운도 다시 북돋워주는 가창력은 어쩌면 너무나도 필연적으로 따라온 걸지도 모른다. 부..럽...드아....




여하튼 간에, 이 두 도전자가 좋다 보니 이곳 저곳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고 한번 본 보이스 코리아도 다시 보았다. 미처 보지 못했던 건 투자한다는 생각에 티빙 가서 돈주고 보기도 했다.


가만 보니까 확실히 목 관리가 중요한지  둘 다 항상 같은 종류의 물을 마시고 있었다. 하긴 노래방 가서 사람들이 대충 노래 부를 때도 꼭 물로 목을 축이는데, 목이 곧 생명인 두 사람에게는 물도 특별할 듯 싶었다. 찾아보니 미네워터라는 물이었다. 물론...몇천원씩 하는 에비앙이나 학교 자판기에서 파는 500원짜리 삼다수의 차이도 구분 못하는 나에게 미네워터의 가격은 좀 많이 부담스러웠다.  양이 좀 더 많다면 한번 쯤 먹어보고 싶은데 말이다. 




여기서 부터는 슬쩍 보이스 코리아에 대한 불만. 참가자의 외모를 일절 보지 않고 목소리의 성량, 음색, 고음 처리 능력만으로 1회차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블라인드 테스트"의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도전자가 차례로 뽑힌 뒤에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큰 차이 없이 문자 투표나 온라인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는게 좀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두 도전자는 마지막 8인의 자리까지 무사히 올라왔지만서도.게다가 온라인 사전 투표도 한다더라. 투표가 당일에도 있고 사전에도 있다니...그 참... 하지만 귀찮음보다는 새롭게 생긴 빠심이 더 커져 미리 사전 투표를 하고 왔다. 티빙에 접속하면 투표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완결된 미드나 영드도 다 챙겨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처음에 몇 화 정도 보다가 뭐 한다고 뭐 한다고 접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정해진 시간에 봐야 하는 TV 프로그램, 그것도 재방송을 밥먹듯이 하는 케이블 TV의 프로그램은 오죽했겠는가. 그러나 보이스 코리아는 전에 보지 않은 방송분을 따로 챙겨볼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신선하고, 또 심사위원(혹은 코치)과 도전자들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금요일에도 나는 TV 앞에 앉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도전자가 끝까지 갔음 좋겠다.






덧글

  • Bory 2012/04/18 18:21 # 답글

    물은 보코 스폰서의 협찬상품이라 그럴겁니다. 일종의 간접광고임..
    전 손승연과 강미진이랑 장재호를 기대..^^
    손승연은 예전 탑밴드때도 주목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노래 실력은 타고난 거 같고, 강미진은 음색이 묘하게 독특했음.
    장재호는 마치 김연우를 연상시키는 깨끗한하고 시원시원한 목소리라.
    전엔 목이 가서인지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배틀라운드 때엔 정말 멋졌습니다.
    배틀라운드때보단 오히려 생방송에서 긴장감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요즘 본방사수 1위 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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